SR-2N (Stager Microphones)

범용 마이크로 M88TG를 먼저 소개했는데, 반대로 개성을 살리기 용이한 마이크로 어떤 게 좋을까 생각하다가 제일 먼저 떠올린 게 SR-2N이다.
기본적인 타입은 Ribbon 마이크이며, 대부분의 Ribbon 마이크처럼 Bi-Directional 지향성을 지닌다.
그러나 그 사운드 특성만은 다른 Ribbon 마이크들과 약간 결을 달리 한다.
필자가 Ribbon 마이크에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상은 자연스러움인데, 억지로 만들어낸 듯한 고역대 없이 실제 공간에서 귀로 듣는 듯한 뉘앙스를 잘 재현해 주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다양한 소스에 즐겨 사용하는 편이다.
그런데 SR-2N에는 그러한 자연스러움이 없다.
오히려 상당히 만들어지고 꾸며진 듯한 소리인데, 그것이 묘하게 매력이 있다.
어딘가 굉장히 답답하기도 하고 음향적으로 훌륭한 특성은 아닌데도, 이상하게 자꾸 손이 가는 마이크랄까.
"Put heavyweight punch into a featherweight fighter."
제조사 Stager Microphones에서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문구이다.
다양한 소스에 사용해 본 경험으로, 저만큼 SR-2N을 잘 표현하는 말은 없다고 생각한다.
SR-2N을 거치면 그 어떤 가벼운 특성의 소스라도 굉장히 묵직한 소리로 탈바꿈한다.
베이스 앰프에 처음으로 SR-2N을 사용한 때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당시에 아티스트가 직접 가져온 베이스 앰프를 우선적으로 사용해보고 싶어 했고 그 사운드는 최대한 따뜻하고 풍성하게 녹음하기를 원했다.
아직 몇 번 사용해보지 않았던 SR-2N을 시험 삼아 근접하게 설치하고 그 수음된 소리를 들어보니 딱 만족스러운 사운드가 나와서 그대로 녹음을 진행한 후에, 마이크를 거치지 않은 앰프 자체의 소리가 궁금했던 우리는 다 같이 부스로 들어갔다.
거기서 앰프 자체의 소리를 듣고는 필자를 포함한 모두가 깜짝 놀랐는데, 우리가 방금 들었던 것과는 달리 너무나 가볍고 힘없는 소리가 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SR-2N이 소스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처음으로 크게 체감했던 순간이었다.
Shaker의 Silky한 간질간질함을 구현하기에 M88TG가 좋다고 언급했었는데, 악기 자체의 소리가 너무 가볍기 때문에 오히려 반대로 접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어둡고 풍성한 사운드로 구성된 악기 편성 사이에서 혼자 너무 가벼운 톤이면 잘 섞이지 않기 때문에 소리를 두텁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는데, 이때에도 SR-2N이 빛을 발한다.
악기 자체가 바뀌었나 착각이 들 정도로 두툼하고 풍성한 사운드로 탈바꿈하면서 공간감이 확 살아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SR-2N은 드럼 수음에도 아주 좋다.
실제로 제조사에서도 드럼 마이킹에 사용하는 SR-2N의 사진과 동영상을 유독 많이 선보이고 있으며, 필자도 거의 대부분의 드럼 녹음에 스테레오 Room 마이크로서 한 쌍의 SR-2N을 사용하는 중이다.
Blumlein이나 Mid-Side 스테레오 마이킹으로 사용하면 굉장히 자연스럽고 넓은 스테레오 이미지와 공간감을 얻을 수 있는데, 드럼 전체의 사운드에 묵직함을 더해주기도 한다.
드럼뿐만 아니라 어떤 소스에도 스테레오 마이킹으로 사용하기 아주 용이하다.
개인적으로 가야금이나 거문고 녹음할 일이 비교적 많은 편인데, 한 쌍의 SR-2N을 Mid-Side 마이킹으로 사용했을 때가 가장 만족스러웠다.
흥미롭게도 한 쌍의 Pair로 사용하기 위한 전용 Shock Mount도 있고, 심지어 애초에 하나의 스테레오 제품으로 나온 Stereo SR-2N도 있다.

SR-2N Matched Pair 제품을 구매할 때 제공되는 전용 Shock Mount.

Stereo SR-2N 제품. Blumlein 혹은 Mid-Side로 사용하도록 세팅돼 있다.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을 하나의 마이크로 동시에 수음한 영상이 인상 깊다.
베이스 악기가 없는 편곡에서 어쿠스틱 기타를 SR-2N으로 녹음하면 베이스가 없는 빈약함을 손쉽게 보완할 수 있고, 가수의 음역대에 따라 보컬에 사용하는 것이 답이 될 수도 있다.
목소리가 가늘어서 존재감이 없는 보이스의 보컬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고, 저음 보컬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도 한다.
단 근접효과가 상당히 큰 편이기 때문에 적절한 거리의 세팅에 유념해야 하는데, 앞서 언급했던 베이스 앰프의 경우처럼 의도적으로 근접효과를 이용할 수도 있으니 여러 가지로 시도해 보면 좋을 것이다.
저음역대가 두툼해짐과 동시에 고역대가 상당히 억제되어 있기 때문에, 관악기나 현악기의 귀를 찌르는 느낌을 배제한 수음이 가능하다.
나쁘게 보면 선명도는 상당히 떨어지는 편인데, 어딘가 부족한 듯한 이 소리가 묘하게 감성적인 면이 있다. (M160이나 SR-5의 그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그리고 SR-2N의 저음을 사용한 믹스는 마스터링에서 음압을 확보하기 상당히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저음역이 너무 많으면 음압을 올리는 데에 방해 요소인 경우가 많은데, SR-2N의 저음은 꽉 찬 배음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어서 같은 레벨에서 조금 더 크게 들리는 효과가 있다.

M88TG와는 달리 SR-2N은 범용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처음 들어보면 뭐 이리도 먹먹한 마이크가 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다른 Stager Microphone사의 Ribbon 마이크들처럼, 부족한 선명도는 EQ로 매끄럽게 보상이 되는 편이며 오히려 이러한 먹먹함이 때로는 음악적인 개성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개성과 더불어 엔지니어로서 표현의 폭을 넓히는 데에 정말 좋은 마이크이며,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경험해 보기를 추천한다.
어쩌면 이미 필자에게 있어서 SR-2N은, 다른 의미로 뻔한 마이크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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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N (Stager Microphones)
범용 마이크로 M88TG를 먼저 소개했는데, 반대로 개성을 살리기 용이한 마이크로 어떤 게 좋을까 생각하다가 제일 먼저 떠올린 게 SR-2N이다.
기본적인 타입은 Ribbon 마이크이며, 대부분의 Ribbon 마이크처럼 Bi-Directional 지향성을 지닌다.
그러나 그 사운드 특성만은 다른 Ribbon 마이크들과 약간 결을 달리 한다.
필자가 Ribbon 마이크에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상은 자연스러움인데, 억지로 만들어낸 듯한 고역대 없이 실제 공간에서 귀로 듣는 듯한 뉘앙스를 잘 재현해 주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다양한 소스에 즐겨 사용하는 편이다.
그런데 SR-2N에는 그러한 자연스러움이 없다.
오히려 상당히 만들어지고 꾸며진 듯한 소리인데, 그것이 묘하게 매력이 있다.
어딘가 굉장히 답답하기도 하고 음향적으로 훌륭한 특성은 아닌데도, 이상하게 자꾸 손이 가는 마이크랄까.
"Put heavyweight punch into a featherweight fighter."
제조사 Stager Microphones에서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문구이다.
다양한 소스에 사용해 본 경험으로, 저만큼 SR-2N을 잘 표현하는 말은 없다고 생각한다.
SR-2N을 거치면 그 어떤 가벼운 특성의 소스라도 굉장히 묵직한 소리로 탈바꿈한다.
베이스 앰프에 처음으로 SR-2N을 사용한 때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당시에 아티스트가 직접 가져온 베이스 앰프를 우선적으로 사용해보고 싶어 했고 그 사운드는 최대한 따뜻하고 풍성하게 녹음하기를 원했다.
아직 몇 번 사용해보지 않았던 SR-2N을 시험 삼아 근접하게 설치하고 그 수음된 소리를 들어보니 딱 만족스러운 사운드가 나와서 그대로 녹음을 진행한 후에, 마이크를 거치지 않은 앰프 자체의 소리가 궁금했던 우리는 다 같이 부스로 들어갔다.
거기서 앰프 자체의 소리를 듣고는 필자를 포함한 모두가 깜짝 놀랐는데, 우리가 방금 들었던 것과는 달리 너무나 가볍고 힘없는 소리가 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SR-2N이 소스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처음으로 크게 체감했던 순간이었다.
Shaker의 Silky한 간질간질함을 구현하기에 M88TG가 좋다고 언급했었는데, 악기 자체의 소리가 너무 가볍기 때문에 오히려 반대로 접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어둡고 풍성한 사운드로 구성된 악기 편성 사이에서 혼자 너무 가벼운 톤이면 잘 섞이지 않기 때문에 소리를 두텁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는데, 이때에도 SR-2N이 빛을 발한다.
악기 자체가 바뀌었나 착각이 들 정도로 두툼하고 풍성한 사운드로 탈바꿈하면서 공간감이 확 살아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SR-2N은 드럼 수음에도 아주 좋다.
실제로 제조사에서도 드럼 마이킹에 사용하는 SR-2N의 사진과 동영상을 유독 많이 선보이고 있으며, 필자도 거의 대부분의 드럼 녹음에 스테레오 Room 마이크로서 한 쌍의 SR-2N을 사용하는 중이다.
Blumlein이나 Mid-Side 스테레오 마이킹으로 사용하면 굉장히 자연스럽고 넓은 스테레오 이미지와 공간감을 얻을 수 있는데, 드럼 전체의 사운드에 묵직함을 더해주기도 한다.
드럼뿐만 아니라 어떤 소스에도 스테레오 마이킹으로 사용하기 아주 용이하다.
개인적으로 가야금이나 거문고 녹음할 일이 비교적 많은 편인데, 한 쌍의 SR-2N을 Mid-Side 마이킹으로 사용했을 때가 가장 만족스러웠다.
흥미롭게도 한 쌍의 Pair로 사용하기 위한 전용 Shock Mount도 있고, 심지어 애초에 하나의 스테레오 제품으로 나온 Stereo SR-2N도 있다.
SR-2N Matched Pair 제품을 구매할 때 제공되는 전용 Shock Mount.
Stereo SR-2N 제품. Blumlein 혹은 Mid-Side로 사용하도록 세팅돼 있다.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을 하나의 마이크로 동시에 수음한 영상이 인상 깊다.
베이스 악기가 없는 편곡에서 어쿠스틱 기타를 SR-2N으로 녹음하면 베이스가 없는 빈약함을 손쉽게 보완할 수 있고, 가수의 음역대에 따라 보컬에 사용하는 것이 답이 될 수도 있다.
목소리가 가늘어서 존재감이 없는 보이스의 보컬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고, 저음 보컬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도 한다.
단 근접효과가 상당히 큰 편이기 때문에 적절한 거리의 세팅에 유념해야 하는데, 앞서 언급했던 베이스 앰프의 경우처럼 의도적으로 근접효과를 이용할 수도 있으니 여러 가지로 시도해 보면 좋을 것이다.
저음역대가 두툼해짐과 동시에 고역대가 상당히 억제되어 있기 때문에, 관악기나 현악기의 귀를 찌르는 느낌을 배제한 수음이 가능하다.
나쁘게 보면 선명도는 상당히 떨어지는 편인데, 어딘가 부족한 듯한 이 소리가 묘하게 감성적인 면이 있다. (M160이나 SR-5의 그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그리고 SR-2N의 저음을 사용한 믹스는 마스터링에서 음압을 확보하기 상당히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저음역이 너무 많으면 음압을 올리는 데에 방해 요소인 경우가 많은데, SR-2N의 저음은 꽉 찬 배음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어서 같은 레벨에서 조금 더 크게 들리는 효과가 있다.
M88TG와는 달리 SR-2N은 범용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처음 들어보면 뭐 이리도 먹먹한 마이크가 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다른 Stager Microphone사의 Ribbon 마이크들처럼, 부족한 선명도는 EQ로 매끄럽게 보상이 되는 편이며 오히려 이러한 먹먹함이 때로는 음악적인 개성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개성과 더불어 엔지니어로서 표현의 폭을 넓히는 데에 정말 좋은 마이크이며,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경험해 보기를 추천한다.
어쩌면 이미 필자에게 있어서 SR-2N은, 다른 의미로 뻔한 마이크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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